시를 읽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는 시인이나 시 큐레이션을 하는 분이 소개하는 시를 읽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읽어도 좋고 시집을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가끔 동네서점을 찾는 기분으로 그들이 뽑아 놓은 시를 살피는 것도 좋습니다.
1.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신현림∣걷는나무∣2018년∣232쪽
신현림 시인은 장르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인이면서 사진작가로도 활동했습니다.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는 시> 등 시를 소개하는 에세이도 여러 권 발표했습니다. 이번 시모음집은 심순덕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소개한 시는 국경을 넘나듭니다. 탁닛한, 지센, 수팅, 케스트너, 알렉산데르 푸슈킨, 폴 메를렌, 프리드리히 니체, 루이제 린저, 재클린 우드슨, 이시카와 타쿠보쿠,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루이스 로살레스, 롱펠로, 칼릴 지브란, 에드나 밀레이, 기욤 아폴리네르, 헤르만 헤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요한 괴테, 메리 올리버, 조르주 상드, 바이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나딘 스테어, 버지니아 울프, 크리스티나 로제티 시인의 시가 나옵니다. 시가 마음에 들면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어도 좋습니다. 국내 시인으로 최승자, 이문재, 이성복, 백석, 마종기, 강은교, 황인숙, 천상병, 윤동주, 이시영, 한용운 시인의 작품이 나옵니다. 시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쓸쓸할 때>, <영원할 수 없기에 더 소중한 순간들>, <강한 척 견뎌내기가 버거운 날에는>, <오늘보다 내일 더 빛날 너에게>, <후회 없이 눈부신 이 순간을 즐길 것>이라는 부제로, 외로움, 사랑, 상처, 꿈, 청춘에 관한 시를 모았습니다. 그중 나를 이끈 시들은 심순덕 외에 이시영의 <바람이 분다>, 조르주 상드의 <상처>, 슈와프의 <서두르지 마라>, 어너 J. 젤린스키의 <나를 사랑하라>, 나딘 스테어의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등입니다. 일부를 옮깁니다.“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날이 저문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한 잔 해야지/ 붉은 얼굴로 나서고 싶다/ 슬픔은 아직 우리들의 것”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 못할 일들을/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들이 가끔 있다.” “어머니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당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삶을 언제나 당신 자신과 연애하듯 살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바보가 되리라./ 되도록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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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장석주 지음∣포레스트북스∣2023년∣308쪽
장석주도 누구보다 시를 사랑하는 작가이며, 시인과 함께 살아갑니다.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라는 장석주 작가가 말합니다.“시가 교훈을 전하거나 목소리가 높을 이유는 없다. 시의 목소리는 속삭임이어야 하고, 시의 규모는 작을수록 좋다. 시가 삶과 우주에 대한 비범한 통찰과 언어의 발명이어야 한다고 하지는 않겠다. 시는 가난과 비루함을 강철같이 꿰뚫고, 우리는 늠름하게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는 싹트고 뻗고 솟구치고 춤추며 일상과 낡음을 무찔러 미래를 열어젖혀야 한다. 내가 사랑하고 추앙하던 시들을 한데 모았다. 이것은 시를 교재로 삼은 인생 수업이자, 마음의 기쁨을 위한 희귀한 것이고, 당신이 이제껏 겪지 못한 놀라움들일 것이다.” 시를 소개하고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먼저, 오마르 하이얌의 <슬픔에 너를 맡기지 말라>입니다.“슬픔이 너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쓸데없는 근심이 너의 날들을/ 뒤흔들게 내버려두지 말라,/ … 대지가 너를 그의 품에 안기 전에/ 어리석은 슬픔으로/ 너 자신을 너무 낭비하지 말라,…”시인은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라고 말합니다.“살아보니 어리석은 슬픔이나 근심에 휘둘리는 것은 인생을 사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겠다.”고.나즘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은 첫 구절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부터 끌렸습니다. 마지막 구절입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 그때 새로운 글이 나온다고 했던가요. 니즘 히크메트는 튀르키예 출신인데,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받아 국적을 박탈당하고 떠돌다가 모스크바에서 심장마비로 쓸쓸하게 죽었다고 합니다.엘리 윌러 윌코스의 <고독>도 좋았습니다. 저자는 고독을 “고독은 어른이 누리는 특수한 감정상태다. 고독은 삭막하지만 우리 내면을 위한 성장 촉진제일 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현승의 <고독의 이유>로 이어집니다. “고독은 자유다./ 고독은 군중 속에 갇히지 않고,/ 고독은 군중의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고독으로 충만한 시간은 예술가에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합니다.그리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그대 늙었을 때>도 좋았습니다. 저자는 크리스티안 생제르의 말 “늙음이란 잔인한 간수이자 감옥”을 소개하면서, 늙음이란 종착역 직전에 잠시 멈추는 간이역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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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시요일 엮음∣미디어창비∣2021년∣212쪽
“한 편 한 편의 시가 다 살아 있는 꽃들이에요. 색깔도 모양도 향기도 피고 지는 속도도 다 다르지만 차가운 고립이 아닌 다정한 고요 쪽으로, 허무한 절망이 아닌 찬란한 내일 쪽으로 당신을 이끌어주는 시인 것은 분명해요. 이 시들이 당신의 고독한 마음을 우러만지고 울고 있는 당신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어깨를 다독일 수 있다면. 당신 마음속에서 소리 없이 피어나 환히 저물 수 있다면.” 시요일 기획위원 안희연 시인의 말입니다.국내 최초의 시(詩) 큐레이션 앱 ‘시요일’은 다양한 시를 모아서 시모음집을 만들었습니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등. 이번 시집은 졸업과 입학, 취업 등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70편을 뽑았습니다. 윤동주부터 시작해서 손택수, 황인숙, 강은교, 박준, 박연준, 김사인, 진은영, 고형렬, 황인찬, 오은, 김소연, 김선우, 공광규, 이성선, 허연, 박라연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잘 자>, <가끔은 기쁨>, <고요에 바치네>, <사랑스런 추억>, <기도>, <사는 일이 바로 신비>, <기슭에 다다른 당신은>, <너라는 문장>,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블루투스 기기 1개가 연결되었습니다>,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기억을 버리는 법>, <혼자 있는 교실>, <나는 오늘>, <꾀병>, <이렇게 추운 날에> 등등.오은의 <나는 오늘>과 안현미의 <눈물의 입구>, 조말선의 <눈덩이>, 신영배의 <혼자>, 황인숙의 <알 수 없어요>, 이현승의 <이것도 없으면 너무 가난하다는 말> 일부를 옮깁니다.“나는 오늘 유리/ 금이 간 채로 울었다/ 거짓말처럼 눈물이 고였다/ 진짜 같은 얼룩이 생겼다” “여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람은 불어오고/ 또다른 국면에서는 미늘에 걸린 묾고기들이/ 죽음을 향해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시작은 나였어/ 나를 묻히고 나는 굴러간다/ 나는 아니야, 라고 외치는/ 나를 묻히며 굴러간다” “빈방에 창문을 열어둘 때/ 떠나며 돌아올 때/ 밤이 이미 와 있고/ 일부러 불을 켜지 않을 때/ 어둠 속에서 빈방을 풀어 헤칠 때” “온몸으로 맞섰던 바람 속에서/ 그랬다, 나는 한치도 무너지지 못했다/ 가슴 아픈 세상 한볌도 덮어주지 못했다.” “나이 육십에 그런 건 배워 뭐레 쓰려고 그러느냐고 묻자/ 꿈조차 없다면 너무 가난한 것 같다고/ 지그시 웃는. 할머니의 그 말을/ 절망조차 없다면 삶이 너무 초라한 것 같다고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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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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