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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6
    [순교자] 의미 있는 물음과 답... 소설이 주는 행복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순교자 | 김은국 · 문학동네


    의미 있는 물음과 답... 소설이 주는 행복
    ~황주리 | 화가~
    “난 평생 신을 찾아 헤매었소.” 그는 소곤거리듯 말했다. “그러나 내가 찾아낸 것은 고통 받는 인간….

    무정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뿐이었소.” “그리고 죽음의 다음은?” “아무것도 없소! 아무것도!” (255쪽)


    중학교 3학년 때인가,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김은국의 <순교자>를 읽었다. 그 시절 문학을 사랑하는 우리들이 한 번쯤은 읽었을 만한 책이 김은국의 <순교자>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었다. 지금 와 다시 읽으니 그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전쟁의 생생한 기록들이 눈에 보이듯 리얼하다.

    순교자란 신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세상의 무의미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죽어가는 사람을 일컬음이 아니겠는가? 전쟁 같은 비극적 상황이 아닌 평화 시에도 우리는 매순간 의미 없는 고통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불치병과 싸우며, 누군가는 높은 건물 위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하며, 누군가는 죽음의 병상에서 신과 마주한다. “악마보다 더 악한 게 인간이지만, 꽃보다 아름답고 신보다 아름다운 것도 인간이라고.” 그게 바로 소설 <순교자>가 남기는 메시지가 아닐까?

    다시 읽은 책의 본문 외에도 역자(도정일) 후기의 말들이 마음에 남는다. “순교자를 통해 의미 있는 질문과 응답의 감동적인 전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행운이며 이 시대에 우리가 소설을 읽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소득이다.”


    황주리 |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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