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 ||
내게 울음같은 위로가 되는 詩 ~이계삼 | 경남 밀양 밀성고 교사~ | ||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운다 칠흑 같은 바다의 어둠과 침묵 그리고 소멸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오는 허무의 꽃 꿈인지도 모른다 꿈의 꿈인지도 모른다 몽환의 화려한 꽃불 꽃가지 언제부터인가 눈에서 귀에서 검은 입 속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꽃 울음의 끝에서 환히 피어오르는 꽃가슴 저 끝에 뿌리박은 듯 뻗어올라 가슴 가득 뒤덮은 능소화 푸른 잎 피어오르는 주황빛 저 꽃 (25쪽) 아침에 출근해서 e메일을 열면 가끔 지율 스님이 띄우시는 ‘초록의 공명’이 들어와 있다. 거기에는 망가져가는 낙동강의 시시각각의 변화가 담겨 있다. 이제는 클릭해서 열어보는데도 잠시간의 머뭇거림과 짧은 심호흡이 필요한 참혹한 생명파괴의 파노라마다. 우리가 허물어뜨린 것은 저 유장한 흐름과 아름다운 풍광만은 아니리라. 이 참혹한 생명파괴의 파노라마를 지켜보며 기가 막혀올 때, 나는 차라리 이 모든 일들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는 나도, 이명박 대통령도, 저 트럭들도, 포클레인들도 죽고, 썩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허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저 완강한 , 피도 눈물도 슬픔도 울음도 없는 탐욕과 광기는 도대체 허무를 모르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 파괴 앞에서 읊조리는 몽환과 허무, 허무의 끝에서 피어오르는 능소화 푸른 잎의 노래는 얼마나 가소로운 것이겠는가. 그러나, 시는 최소한 나에게는 울음 같은 위로가 되니, 기막혀 마음 둘 곳 없을 때 나는 윤재철의 시집 <능소화>의 아련하고 슬픈 허무의 노래를 읊조린다. | ||
이계삼 | 경남 밀양 밀성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