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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6
    [유토피아 이야기] 꿈꾸지 않는 자, 상상력과 비판력도 질식한다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유토피아 이야기 | 루이스 멈포드 · 텍스트


    꿈꾸지 않는 자, 상상력과 비판력도 질식한다
    ~김민웅 |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유토피아적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은 인간생활을 여러 부분의 유기적이고 점차 조직화되는 연합,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장과 비약을 촉진시키기 위해 각 부분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17쪽)

    과학이 가치관과의 접촉을 상실하게 되면 그것은 사회질서의 완벽한 비인간화로 향하게 된다. (277쪽)

    ‘에우토피아냐, 현실세계냐’가 아니라 ‘에우토피아냐, 공허 또는 허무냐’ 하는 것. (296쪽)


    요즘 누가 유토피아를 꿈꿀까? 이 단어는 무엇보다도 ‘비현실적’이라는 지탄에 시달리면서 꿈을 포기하라는 말과 어느새 동의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정을 잃어버린 시대는 그렇게 해서 상상력이 박탈되고 현실에 대해 가장 첨예한 비판의 힘을 앗기고 만다. 루이스 멈포드의 명저 <역사 속의 도시>는 거대한 도시가 기술적인 풍요와 안락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거부하면서 그보다 작은 규모의 유기적 생명 공동체를 대안으로 일깨운다. 숲과 문화, 인간적 가치를 성장시키는 힘이 사라진 현대 도시에 대한 경고다. 그런 생각의 싹은 바로 이 <유토피아 이야기>에서 발견된다. 그는 생명의 기운을 북돋는 상상력과 종합적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예술적 영혼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파괴의 무기가 된다고 갈파한다. 멈포드가 플라톤에서부터 토머스 모어, 윌리엄 모리스 등에 이르는 유토피아 사상가들을 종횡무진으로 탐색하는 독법은 철학자의 면모마저 보여준다. 그는 유토피아가 사실은 좋은 곳을 뜻하는 에우토피아에서 출발했다면서 그 선택은 물러설 수 없는 명제라고 밝힌다. 거의 100년 전에 나온 이 책을 멈포드가 27세 때 썼다는 것을 알면 더욱 놀라게 된다. 아, 우리는 너무 빨리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민웅 |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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