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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2
    아이들 손 닿는 곳에 좋은 책을 놓아 두자

  • [경향신문 2005-05-05]

    [책 읽는 대한민국] 아이들 손 닿는 곳에 좋은 책을 놓아 두자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에 빠져서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학원 과외나 학습지 풀이만을 강요하는 학부모들이나 입시만능의 사회 풍토, 책을 읽을 여건과 책읽기의 재미에 빠져들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았던 학교와 선생님 등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놓아두고 읽을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열심히 읽는다. 리모델링으로 쾌적한 공간과 좋은 책을 갖춘 학교 도서관에서는 한 달에 2,000권 이상의 책이 대출되며, 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좋은 책을 마련하고 책읽기로 이끌어주기만 하면 한 달에도 수십권씩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이들 곁에 좋은 책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도서관을 잘 만들어 좋은 책을 충분히 갖추고, 가정에서도 부모들이 좋은 책을 자주 사주어야 한다. 학원비나 학습지에 쓸 돈의 절반만이라도 책을 사는 데 쓴다면 자녀들이 지적·정서적으로 바르게 성장하리라고 확신한다.

    다음으로 할 일은 아이들을 책읽기로 이끄는 분위기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생님과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아이들에게 책 속의 좋은 내용이나 멋진 구절을 소개하거나, 좋은 책을 찾아 권유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소식지나 학교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책읽기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홍보나 작은 이벤트를 하는 등 책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독서매뉴얼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청은 선의로 만들었겠지만, 독서편식을 야기시키고 출판시장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면 문제가 된다. 독서매뉴얼보다는 책읽기 붐을 일으키고 좋은 책 선택을 돕기 위해 다양한 책 정보를 제공하고, 누구든지 좋은 책을 추천할 수 있게 하며, 학생들이 느낌이나 소감을 쓸 수도 있게 하는 ‘독서정보 나눔 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도서관은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되어야 한다. 주5일제 시대에는 (학교)도서관이 학생과 주민들의 독서나 모임을 위한 좋은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독서와 도서관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교육부와 문화부가 적극적이고 과감한 도서관 활성화 정책을 펼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먼저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유해 주는 문화가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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