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72
  • 2010-07-02
    [꽃할머니] 감춰진 ‘위안부 상처’ 똑바로 보다

  • [책읽는 경향]꽃할머니
     허순영 | 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ㆍ감춰진 ‘위안부 상처’ 똑바로 보다

    ▲ 꽃할머니 | 권윤덕·사계절

    꽃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였다. ‘위안부’들은 위안소 규칙에 따라 생활하였다. 규칙에는 군인들의 이용 시간과 이용 요금, 성병 검사, 휴일 등 세세한 사항까지 정해져 있었다. 하루에 10~30명에 이르는 군인들을 상대해야 했으며, 주말에는 그 수가 훨씬 많았다. … 꽃할머니의 몸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한 번 당할 때마다 마음도 한 번씩 죽어갔다. 사람 소리만 들려도 몸서리를 치며 방구석으로 숨었다. … 군대가 이동할 때마다 꽃할머니도 끌려 다녔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주인지, 상해인지, 사할린인지…. 그렇게 몇 해가 더 흐르고, 전쟁이 끝났다. 군인들은 꽃할머니를 전쟁터에 버려두고 떠났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고, 아무도 꽃할머니의 아픔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 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 (16~31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꽃할머니>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독자의 마음이 이리 아픈데 그걸 그려낸 작가는 오죽하랴 싶다. 이 작품이 출판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은 다만 미루어 짐작해볼 뿐이다. 한 권의 그림책이 주는 호소력이 놀랍다. <꽃할머니>는 꽃이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의미와 더불어 역사 속에 불편하게 감춰진 짓밟힌 꽃, 전쟁 피해자인 여성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 똑바로 바라보게 한다. 이로써 책을 보는 아이들은 매우 근원적인 질문 앞에 던져진다. 그런 아이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모습으로 답을 줄 차례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