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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06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책속에 진정 길이 있기나 한가?

  • [책읽는 경향]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이종수 | 참도깨비어린이도서관 관장

     

    ㆍ책속에 진정 길이 있기나 한가?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피에르 바야르·여름언덕

    교양을 쌓은 사람들은 안다. 불행하게도 교양을 쌓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으나, 교양인들은 교양이란 무엇보다 우선 ‘오리엔테이션’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 (31쪽)

    요컨대 우리는 “실재”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며-물론 실재 책은 모티브의 계기로 쓰일 수는 있다-, 이 일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면서 자기를 서술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230쪽)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당돌한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배우지만 묘하게도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의사를 표현하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책에 대해 말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진정 자신은 찾아볼 수 없는 텍스트만이 존재한다고 비틀어 말하고 있다. 책은 자신의 온 생애가 충돌하는 싸움터일 수도 있다. 홀연히 빠져들어 저 너머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상상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자신의 이야기에 눈뜨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책 속에 진정 길이 있기는 한가? 바야르는 책이라는 교양물이 만들어낸 길만이 있지는 않은지 묻게 한다. 그는 진정 나의 길을 저버리지 않고 갈 수 있으려면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 말 것’ ‘자신의 생각을 말할 것’ ‘책을 꾸며낼 것’ ‘자기 얘기를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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