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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2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관계를 벗어난 ‘獨’은 ‘毒’이다

  • [책읽는 경향]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배병삼 | 영산대 교수

     

    관계를 벗어난 ‘獨’은 ‘毒’이다

    ▲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현암사

    과수원 많은 동리에는 술집도 많아요. 그래서 오랫동안 과수원 하던 친구들 몇 년 전에 만났더니 머리도 빠지고 이빨도 빠지고, 눈은 당달봉사가 되었습니다. 독한 농약 쓴 서글픈 후과였습니다. 독한 짓 하고 독한 것 만지는 사람의 전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나는 물건을 사람만이 독식해서는 안 되지요. 새와 곤충이 없이 사람만이 산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그런데도 혼자 먹겠다고 야단이지요. 권력이란 것도 돈이나 농약만큼 독한 것이지요. 그걸 몇몇이서 독식하면 금방 끝장나는데도 한사코 독차지하자고 몸부림치는 꼴이 가관입니다. (71쪽)

    맹자가 가장 두려워한 것이 ‘홀로 되는 것’이었다. 환·과·고·독이라, 홀아비·홀어미·고아·독거노인은 나라가 나서서 제일 먼저 구제해야 할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전우익의 글 속에 중의적으로 교차하는 해독의 독(毒)과 홀로를 뜻하는 독(獨)자의 변주에서 문득 맹자의 두려움을 떠올린다. ‘독한 농약’ ‘독한 짓’ ‘독한 것’의 독성과 ‘독식’ ‘혼자’ ‘독차지’ 속의 ‘독’자는 ‘홀로는 해독이다!’라는 연상으로 이어진다. 슬로 라이프의 제창자 쓰지 신이치가 쓴 <행복의 경제학> 번역본에 인용된 부탄의 지성 카르마 우라의 말도 겹쳐든다. “우리는 로빈슨 크루소의 행복을 믿지 않습니다. 행복은 관계 속에 있어요!” 중국의 맹자나 부탄의 지성이나 이 땅의 전우익이나 생각이 같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함께 관계를 맺으며 사는 곳에 있다는 것, 인간이 낱낱이 쪼개져 개인화될 때 상대를 해코지하는 짐승의 독성이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통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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