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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7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물질·성장 만능의 또 다른 노예사회 ‘조지 오웰의 경고’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 한겨레출판사


    물질·성장 만능의 또 다른 노예사회 ‘조지 오웰의 경고’
    ~박혜영 | 인하대 교수~
    기계와 기술의 발전은 결국 모종의 집단생산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꼭 평등주의적인 체제가 아닐 수 있다. 달리 말해 사회주의 아닌 어떤 체제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에겐 실례가 되겠지만 경제적으로 집단생산 체제인 세계 사회를 상상하기는 아주 쉬우나 그것은 정치, 군사, 교육에 관한 모든 권력이 소수의 지배계급과 그 하수인들의 손에 넘어간 사회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슷한 사회야말로 파시즘이 목표로 삼는 사회인 것이다. 물론 그런 사회는 노예 국가 또는 노예 세계라고 하겠다. …

    우리는 그런 끔찍한 가능성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목표로 삼고 단결할 수 있는 이상은 사회주의의 바탕이 되는 이상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정의와 자유다. (289~290쪽)


    이 책을 쓰기 위해 오웰은 실제로 영국 탄광노동자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오웰은 당시 영국인들이 누리던 부와 평화가 광부들이 캐내는 석탄과 인도라는 식민지에서 나오는 것임을 잘 인식했다.

    사회주의자들은 마치 기술과 과학을 통한 경제성장을 대안처럼 얘기하지만 그가 보기에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산업체제는 결국 소수의 지배계급이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또 다른 노예제 사회가 될 위험성이 컸다. 오웰이 꿈꿨던 사회는 진정으로 자유와 정의에 토대를 둔 사회였다. 자유와 정의는 지금 점차 돈의 노예가 되어 이웃과 자연을 아무 두려움 없이 파괴하는 우리 사회에서도 가장 절박한 가치라고 생각된다.


    박혜영 |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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