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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29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문화말살의 연장선 ‘책의 학살’ 고발하다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 레베카 크누스 · 알마


    문화말살의 연장선 ‘책의 학살’ 고발하다
    ~이용남 |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한 세기 동안 세계의 자의식에 의해 형태가 갖추어진 극단적인 이념들은 휴머니즘, 민주주의, 다문화주의와 같은 가치체계를 공격하면서 권력을 결집해왔다. … 극단적인 이념 창도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대규모 살인이나 책의 학살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 문화적이거나 인종 말살적인 폭력은 우익과 좌익의 정치적인 목적에 쓰이면서 계속되었다. (58~61쪽)

    1933년에 베를린에서 책을 불태우던 밤에 나치 선전부장이었던 파울 괴벨스 박사는 기념연설을 통해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과거가 불타고 있다!” … 이 테러는 ‘독일적이지 않은 자료’들을 없애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독일적이지 않은 자료’란 그게 어떤 것이든 나치가 혐오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모두 포함되었다. (197~200쪽)


    문명사회라 하던 20세기에, 국가 이데올로기가 인류문화에 가한 집단폭력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 책은 인종말살과 문화말살의 연장선에서 책의 학살이 자행되던 사회적 구조를 파헤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저자는 나치 독일을 비롯하여, 세르비아가 보스니아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마오주의자들이 중국 문화혁명 기간에, 그리고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티베트에서 저지른 사건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국가 권력으로 자행하는 이러한 사건들은 책과 관련된 기관이나 시민의 양식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려울 터인데, 21세기 지구촌에서는 실효성 있는 국제적인 보완책이 가능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이다.


    이용남 |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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