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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31
    [개밥바라기별] ‘방황하는 젊은 날’에 주는 따뜻한 위로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 문학동네


    ‘방황하는 젊은 날’에 주는 따뜻한 위로
    ~임기수 |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숫자 몇 개나 부호 또는 단어 몇 마디를 적어 나가던 시험지의 빈칸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적응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에 지나지 않습니다. 성장기에 얼마나 잘 순응하는가에 따라서 직업의 적성이 결정되고 어느 등급의 학교를 어느 때까지 다녔는가에 따라 사회적 힘이 결정되겠지요. 이러한 위계질서가 권력과 재산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89쪽)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내가 물으면 그는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의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257쪽)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270쪽)


    젊은 날의 방황을 이 책을 통해 위안받았다. 그 시절 이런 행동이 한때 철없는 치기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때처럼 신나고 행복한 시절은 없었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들의 모습은 자꾸만 작아지고 초라해져간다. 모두가 한 쪽 길로만 걸어가고 있다. 이제 다른 길을 걸어 보려는 용기는 사라져간다.

    그럼에도 <개밥바라기별>의 그는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는 일에 무게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희미한 빛이라도 따듯한 위로가 된다. 새벽에 떠오르는 멋있는 이름, 샛별만을 기억하기보다는, 해질 무렵의 개밥바라기별을 마음에 간직한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임기수 |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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