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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05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삶을 장악한 자본과 문화의 내면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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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
    강인규 · 인물과사상사


    삶을 장악한 자본과 문화의 내면을 보다
    ~강수돌 | 고려대 교수~
    ‘언론재벌의 영업활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받는 ‘언론사의 낙원’이 있다면 바로 미국일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키마우스로 유명한 월트디즈니사는 영화제작사와 놀이공원, 팬시상품 체인점, 텔레비전 네트워크(ABC), 케이블방송, 라디오, 음반, 출판, 잡지, 신문 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테마공원의 놀이시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예컨대 <헌티드 맨션>과 <캐리비안 해적> 등을 제작하고 영화가 개봉하기 몇 달 전부터 자신들의 텔레비전에 ‘특집보도’로 영화 소식을 다룬다. 캐릭터 상품과 영화 사운드트랙 음반, 그리고 관련 서적들은 계열사 잡지와 일간지에 ‘특집기사’로 소개된다. 이 보도, 아니 광고를 접한 독자와 시청자들은 다시 쇼핑몰과 놀이공원으로 몰려들 것이다. (174~175쪽)


    미국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강인규 교수(펜실베이니아대)의 글은 경쾌하면서도 통쾌한 맛이 있다.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미국이라는 데 귀가 솔깃하다 싶으면, 우리는 곧, 아하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재벌급 자본이 ‘문어발식 경영’을 할 뿐만 아니라 자사 소유의 언론출판 기관을 총동원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 세계적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일을 재미있게 고발한다. 우리는 아, 그런 식으로 자본이 우리 삶 전체를 장악하는구나, 삶의 식민화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디즈니 캐릭터 상품이 저임금 국가의 아동노동을 하루 12~15시간씩 활용해 생산된 것이라는 사실이 폭로돼도 계열사 언론은 완전 침묵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외형만의 미국 문화가 아니라 그 문화의 내면적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강수돌 |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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