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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17
    [악어오리 구지구지]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기적이다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악어오리 구지구지 | 천즈위엔 · 예림당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기적이다
    ~권옥경 | 유아독서교육연구소 소장~
    악어들이 귓속말로 속삭였어요. “우리는 네가 맛있는 오리들이랑 사는 걸 안단다. 내일 오리들한테 다이빙을 하자고 꾀어서 이 다리 위로 데리고 와. 우리는 저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을게. 알겠지?” 구지구지가 물었어요. “내가 왜 아저씨 말을 들어야 해요?” “넌 악어니까. 악어끼리는 서로 도와야 하는 거란다.” 악어들은 이 말을 남기고 스르르 사라졌어요. 슬픔에 젖은 구지구지는 홀로 호숫가에 갔어요. “난 오리가 아니었어. 악어인가 봐.” 구지구지는 호수에 제 모습을 비추었어요. 그리고 크아,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았지요. 그러자 물결 위로 귀여운 모습이 비쳤어요. 구지구지는 금방 얼굴이 밝아졌어요. “이것 봐! 난 오리도 아니지만 무서운 악어는 진짜 아니야. 난 악어오리야!” (19~20쪽)


    대만의 젊은 작가 천즈위엔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그림이야기책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동화의 우화기법으로 감칠맛나게 표현했다. 천즈위엔은 작품 후기에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기적이에요. 따라서 모든 생명은 우리 모두에게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을 나누는 마음이 우리 삶에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것인지 등장인물을 통해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독자에게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권옥경 | 유아독서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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