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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3
    [역사] 역사가의 혜안·통찰력을 만나다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역사 | 헤로도토스 · 숲


    역사가의 혜안·통찰력을 만나다
    ~강대진 | 정암학당 연구원~
    빵을 구울 때마다 언제나 어린 페르딕카스의 빵이 보통 크기의 두 배가 되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자 결국 왕비는 남편에게 말했다. 왕은 뭔가 예사롭지 않은 전조라는 생각이 들어 세 품팔이꾼을 불러, 자기 나라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그들은 품삯을 주면 떠나겠다고 했다. 마침 굴뚝을 통해 집 안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왕은 어리석게도 햇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너희들에게 합당한 품삯이니, 이것을 내가 너희에게 주노라.” 두 형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서 있는데, 막내는 칼로 바닥에 비친 둥근 햇빛 주위에 세 번 금을 그어서는 그 햇빛을 옷섶에 세 번 주워 담더니 형들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832쪽)


    <역사>의 가장 큰 목표는 페르시아가 희랍을 침공했던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것이었다. 큰 이야기 흐름은 페르시아를 잇달아 다스렸던 대왕들의 행적을 따라간다. 당시 마케도니아에 알렉산드로스라는 현명한 왕자가 있었다. 나라가 약해서 페르시아에 복속되어 있긴 했으나, 희랍 전체를 위해 좋은 조언을 해주던 이였다. 위에 소개된 것은 그의 7대조 얘기다. 세 왕자가 품팔이를 하다가 쫓겨나지만, 결국 나중에 돌아와 권력을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마케도니아 왕가는 아직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역사가는 이 나라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그 후 한 세기 뒤에 이 나라가 다른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거대한 제국으로 발전하였으니, 역사가의 혜안은 놀랍다. 책 전체에 그런 통찰력이 깃들어 있어 25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강대진 | 정암학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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