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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6
    [미쳐야 미친다] 삶을 바꾼 만남, 나를 되돌아보게 하다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미쳐야 미친다 | 정민 · 푸른역사


    삶을 바꾼 만남, 나를 되돌아보게 하다
    ~장홍월 | 서울사대부설여중 교사~
    “제목만 주면 글을 지어내는 사람들은 똑똑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저도 모르게 경박하고 들뜨게 되는 것이 문제다. 한마디만 던져주면 금세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곱씹지 않으므로 깊이가 없지. 너처럼 둔한 아이가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나 대단하겠니? 둔한 끝으로 구멍을 뚫기는 힘들어도 일단 뚫고 나면 웬만해서는 막히지 않는 큰 구멍이 뚫릴 게다. 꼭 막혔다가 뻥 뚫리면 거칠 것이 없겠지.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되겠니? 첫째도 부지런함이요, 둘째도 부지런함이며, 셋째도 부지런함이 있을 뿐이다. 너는 평생 ‘부지런함’이란 글자를 결코 잊지 말도록 해라. 네 마음을 다잡아서 딴 데로 달아나지 않도록 꼭 붙들어 매야지.” (183~185쪽)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나, 실상은 어떤 것에건 미칠 듯 천착했던 옛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특히 ‘삶을 바꾼 만남’이란 2장에는, 읽기를 멈춘 채 눈물 또는 미소가 번지게 되는 ‘아름다운 만남’들이 그려져 있다.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직업인 내겐,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만남’이 남긴 울림이 유별했다. 누구든 일생에 한두 번쯤 잊을 수 없는 ‘만남’을 경험한다.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만남, 그 만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가 없는’ 그런 만남. 소년은 61년의 세월이 지나 일흔여섯이 되도록 스승의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겼노라고 눈물겹게 고백하고 있다. 책을 펼쳐든 그 밤, 내가 혹시 그런 만남을 ‘만남’인 줄 모르고 스쳐 지나가버린 어리석은 사람이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과 책 속에서 그려진 이러저러한 ‘맛난 만남’에의 감동들이 뒤엉켜 긴 밤을 일렁이며 지새웠다.


    장홍월 | 서울사대부설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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