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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28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작가 파묵을 낳은 ‘영혼의 도시’

  • 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 오르한 파묵 · 민음사


    작가 파묵을 낳은 ‘영혼의 도시’
    ~여국현 | 중앙대 강사~
    나는 지금... 한때 거대하고 강력하며 지극히 고유한 스타일에 도달한 문명의 폐허 사이에서 삶의 맛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역사와 문명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이처럼 행복하고, 즐겁고, 이 세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 쉰 살 먹은 작가의 망설임과 아픔, 삶이라는 희열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85쪽)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도시가 당신에게 부여한 풍경들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에다 가장 심오하고 진심어린 감정, 고통과 슬픔과 우울, 때로는 행복과 삶의 기쁨과 낙관주의로 도시의 풍경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471쪽)


    도시는 작가를 낳고 작가는 도시를 살며 기록한다. 자기를 사는 작가를 지닌 도시는 복되고, 자신의 도시를 지닌 작가는 행복하다. 조이스의 더블린처럼 실제의 공간이건,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 같은 상상의 공간이건.

    이스탄불은 파묵을 낳았고 파묵은 이스탄불을 산다. 파묵에게 이스탄불은 육신의 고향이자 작품의 무대이며 영혼의 안식처다. 이스탄불 곳곳에 각인된 삶을 추억하는 파묵의 생생한 문체와 맞춤하여 배치된 이스탄불의 흑백 사진들은 우리를 보스포루스 해안으로, 어둑해진 뒷골목으로, 눈 흩날리는 오스만튀르크의 폐허 곁으로 데려다 놓는다.

    파묵과 함께 이스탄불을 걸으며 직접 듣는 귓속말 같은 이 책은 파묵과 이스탄불, 두 영혼의 대화의 기록이자 도시와 작가의 운명적 조우에 바치는 송시이며, 비애의 도시 이스탄불에 대한 애가요, 파묵의 작품 속으로 안내하는 보물지도다.


    여국현 | 중앙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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