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책의 바다로 풍덩!?
엄마가 이끌어 주는 방학 독서 활동 '계획 세우기에서 지도 방법까지'
책보라는 말보다 엄마 먼저 책을 펴세요
다독보다 정독··· 음미하며 읽는 습관 길러야
이번 주말이면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이 여름 방학에 들어간다. 아이들과 함께 휴가 여행을 다녀오고, 아이들끼리 체험 학습을 다녀오게 해도, 여름 방학은 넉넉한 유여가 있다.
물론 마음 단단히 먹고 만들어야 하는 여유지만, 이 금쪽 같은 기간 동안 아이들이 빈둥거리게 하고 싶은 엄마는 없을 터이다.
고민 끝에 공부도 되고 아이도 즐거워할 만한 것을 찾다보면 결국 독서에 눈이 쏠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책읽는 아이의 모습만큼 엄마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것도 드물다.
이 기회에 아이가 책을 뒤적거리며 소일하게 할 것이 아니라 바른 독서 습관을 꽉 잡아 주고,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좋은 책 몇 권이라도 읽게 하면 뜻있는 방학이 될 것이다. 아이의 일생에 정말 값진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책읽기는 모든 공부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 방학 만큼은 철저한 준비로 자녀에게 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 주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으로 독서 계획 세우는 요령과 지도 방법, 우수 도서 등을 안내한다.
여름 방학 동안 사서 교사는 엄마
바른 독서법을 터득한다는 것은 바른 공부법을 안다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공부를 많이 한다는 뜻이고, 책읽고 이해를 잘한다는 것은 공부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므로써 얻는 지식과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집중력, 창의력, 상상력, 논술 실력까지 키워 줄 수 있으므로 ‘1 석 5 조’의 자율 학습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방학이면 으례 독서 목표를 세우고, '이번 방학엔 이 책만은 꼭!'하며 다짐한 것도 여러 차례였으리라. 하지만 방학이 끝날 때 쯤이면 아이의 독서량은 애초 계획에는 훨씬 못미칠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방학 만큼은 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 주겠다던 엄마의 다짐은 개학과 함께 실패로 끝난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첫 단추부터 잘 못 채운 탓이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기만 바랄 뿐 어떻게 흥미를 돋우어 주고, 무엇을 함께 해 주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일선 교사나 독서 교육 전문가들은 엄마의 그릇된 욕심이나 무리한 계획, 잘못된 지도 방법 등을 방학 중 독서 교육의 주된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엄마도 함께 책을 읽지 않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독서 계획을 세울 때 엄마의 욕심이 지나쳐 시간을 무리하게 잡거나, 자녀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책을 고르는 등의 오류를 흔히 겪는다는 얘기다.
독서 주간·독서 방학 자녀 자율로 만들어 함께 의논하고 계획짜기 도서관 서점 자주 나들이
가족이 함께 독서 주간 만들어야
방학 때 엄마들이 갖는 생각의 공통점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에 학원까지 다니면서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지만, 방학 때는 충분히 여유를 갖고 마음의 양식을 쌓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방학이라도 각오를 굳게 하지 않으면, 놀 시간은 있어도 책읽을 시간은 없을 수도 있다. 또 이런 각오를 실행하려면 엄마의 도움이 필수다. 그런데 “왜 책을 안 보니?”, “이 책을 읽어라.” 등 엄마의 잔소리까지 겹치면 당초 계획은 엇나가게 마련이다.
자녀·엄마 좋아하는 책 1대 1비율로 목록 선정 여행·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활동 병행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독서 주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는 방학을 통째로 ‘독서 방학’으로 삼아도 좋을 일이다.
<방학을 잘 보내야 다음 학기가 달라진다>의 저자인 이현진(서울 영화초등) 교사는 “독서 방학이나 독서 주간 계획을 엄마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반드시 아이와 함께 의논하고 아이가 나서서 계획을 짤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 주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가까운 도서관이나 서점에 함께 나가 방학 중에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때마침 전국의 국공립 도서관에서는 여름 방학을 맞아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므로 이 기간을 독서 주간으로 정해 참가시켜도 좋다. 직장 때문에 낮시간 아이와 함께 책을 읽기가 쉽지 않다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서울의 경우 올 여름 방학에는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을 비롯해 모두 32 곳의 국공립 도서관에서 여름 방학 독서 교실을 연다.(도표 참고)
이들 여름 독서 교실은 대부분 21일부터 문을 열기 시작해, 4~5 일 교육 과정으로 진행된다. 좋은 책과 독서 방법 안내에서 도서관 이용하기, 독서 토론, 동화 작가와의 만남 등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교육이 중심이 되지만, 곳에 따라 음악 여행, 경제 교실, 견학 보고서 작성, 숲 체험, 우리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가족 여행을 독서와 연계할 수도 있다.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속의 배경 무대를 찾아가 가족이 함께 둘러보며 답사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답사를 다녀 또 다른 여행을 위해 독서 계획을 세워보자고 제안하면 아이는 흔쾌히 동의할 터이다.
이처럼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과 책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독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은 독서 방학, 독서 주간을 짜는 데 절반 이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일단 아이가 책읽기에 대한 의지를 보였을 때는 엄마가 먼저 “본격적으로 독서를 해 보겠다.”는 식으로 실천을 약속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만이 아닌 가족 모두의 ‘독서 주간’이어야 하고, 부모가 먼저 독서 계획을 밝혀야 한다. 그러므로 독서 시간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저녁 시간으로 잡는 것이 좋다.
만일 날마다 독서 시간을 세우기 어렵다면, ‘독서의 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한우리 독서 논술 연구소의 김우철 실장은 “방학 기간 중 매주 토ㆍ일요일 등을 독서의 날로 정해 가족이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감상을 얘기하는 것도 독서 주간만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때도 부모가 반드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독서 계획을 세울 때는 아이의 독서 수준이나 취향, 습관도 꼭 고려해야 한다.
방학 중 독서 목록을 정할 때는 공인된 기관의 추천 목록이나 베스트 셀러, 문학상 수상작 등을 참고로 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과 엄마가 권하는 책을 1:1 비율로 섞어 주는 게 좋다.
집중력 떨어지면 조용한 분위기 만들어야 가족 앞에서 책 읽기 독서 퀴즈 대회도 효과
책을 읽는 데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집 안을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고, 독서 장소도 미리 정해 놓는것이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방학 중에도 도서관을 개방하는 하는 학교도 많으므로 이곳을 이용해도 좋다. 책을 대충 읽는 아이의 경우 정독의 습관을 키우기 위해 독서 주간 동안 동화 구연을 하듯 가족 앞에서 책을 읽도록 하거나, 독서 퀴즈 대회를 여는 등의 활동도 곁들여야 한다.
엄마표 독서 지도 요령
아이들은 흔히 독서에 대해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아이에게 억지로 독후감을 쓰게 한다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러므로 엄마에게는 아이가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따라 올 수 있는 지도 요령이 필요하다.
독서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독후감 쓰기는 만만치 않은 짐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이의 독후감이나 독서 일기를 '분량’만으로 저울질 하려 든다.
양을 강조하다보면 아이는 줄거리를 죽죽 늘어 놓기 십상이고, 오히려 숙제를 위한 책 읽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최대한 편안하게 책을 읽도록 해 주고, 단 한 문장을 쓰더라도 줄거리가 아니라 느낌을 적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독서 습관 들기전에 독후감 강요하지 말아야 가족과 독서 토론하면 사고력·창의력 쑥쑥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나 느낌이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책을 정독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다독보다는 정독이라는 말이다. 오래 우려낸 차가 더 진하듯 책도 천천히 읽으면서 자신의 느낌을 충분히 이끌어내야 제대로 된 독서를 했다고 할 것이다.
독서 교육 개발원의 남미영 원장은 “책을 빨리 읽는 아이들은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장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이헤하지 못하기 쉬우므로, 책을 빨리 읽었다고 칭찬을 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문장을 음미하면서 읽도록 지도하라.”고 조언한다.
이 때는 메모지를 곁에 챙겨 주고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적거나, 생각나는 느낌을 그때그때 적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낙서하듯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책에 밑줄을 긋게 하도록 해도 괜찮다.
남 원장은 또 책을 읽을 때 엄마가 적절한 질문을 던져 주면 사고력을 한층 키울 수 있다고 들려 준다. 예를 들어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대화를 할까?”, “다른 결말은 없을까?”라는 질문은 창조적 사고력을 길러 준다는 것.
반대로 아이가 질문을 하면 대충 대답해서는 안 된다. 이 때는 인터넷이나 다른 책을 통해 보다 폭넓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아이가 생각의 고리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가족이 윤독을 하면서 독서 토론을 갖는 것도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 주는 데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책을 읽고 난 뒤 가족들이 돌아가며 책의 줄거리나 느낌을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중요한 독서의 자양분 역할을 한다. 엄마가 읽는 책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관심 분야를 넓힐 수 있고, 자신이 읽고 난 책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려는 노력을 통해 상상력이나 요약의 기술도 터득하게 된다.
결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방학 중에 이뤄지는 엄마표 독서 지도는 아이와 보다 밀착되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렵게 정한 ‘독서 주간’의 성패는 아이가 ‘엄마, 아빠도 책을 열심히 보고 있구나. 나도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려는 부모의 노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