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독서운동, 북시티-2. 한 권의 책으로 한 마음 모으는 원주?
지역 정체성 살려서 공동체 의식 키우자
<편집자주>*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보도됩니다.
1998년, 시카고 한 사서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한 도시 한 책 읽기’운동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군포시 역시 지난 4월 13일 북데이 실천본부를 발족하고 북데이 선포식을 가졌다. 이 운동의 무엇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본지에서는 각 처의 책 읽기 운동 및 책 마을 모델을 살펴보고 전문가 인터뷰와 좌담회를 통해 군포시 Book City 운동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싣는 순서>
1. 북시티, 시공을 초월한 공감대를 향하여?
2. 한 권의 책으로 한 마음 모으는 원주 /“지역 정체성”?
3.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위하여, 파주 /“도시 문화 브랜드”
4. 책으로 만드는 기적의 도시 순천 /“행정부의 역할”
5. 책마을, 고서점 거리 등 아이디어 빛나는 해외 Book City
6. 왜 지금, 책 읽기 운동인가-전문가 인터뷰?
7. 북시티 군포, 책으로 만드는 미래 좌담회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시작한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현수 사무국장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고 민과 관이 따로 없는 매개체가 책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갚라고 묻는다. 현재 ‘한 도시 한 책 읽기’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주 시민의 수는 약 8만 명. 전체 인구 수가 군포시보다 조금 많은 약 30만명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시민을 하나로 묶는 한 권의 책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원주시는 2004년 선정 도서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글과 그림이 담긴 ‘좁쌀 한 알’을 선정했다. 장일순 선생이 원주의 대표적 작가로 지역 내 그를 기억하고 애정을 가진 시민들이 많다는 점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첫 번째 비결이 되었다. 시민들의 순수 후원으로 연 1300여 만원을 모아 책읽기 운동 확산에 사용했다.
지역 내 각 유관기관 및 자치단체들도 발 벗고 나섰다. 단계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첫 해에만 단계동 내에서 1만5천여명이 릴레이 책읽기를 하는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시범 사례가 다른 동을 자극했고 주민들은 마을별 선포식을 따로 가지고 릴레이 책읽기를 시작했다. 아파트 1층에서 꼭대기 층 까지 책을 돌려 읽고 나면 옆 동으로 책을 전달했다.??
교육청이 각 학교장들을 모아 책 읽기 운동의 의의를 전달했고 학교들은 자체 예산을 마련해 릴레이 책읽기 및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책 읽기 운동 주관단체인 평생교육정보관은 물론 각 도서관과 기업 등에서도 운동 본부에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고 자체 예산을 내어 책 읽기에 참여했다. 도서관 등에서 작가 초청 강연회를 할 때 ‘올해의 책’을 위주로 선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확한 역할분담-실무 중심의 조직 구성
현재 원주의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원주 평생교육정보관과 원주투데이 신문사, 원주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공동 주최,주관하고있다. 원주의 특성은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는 것, 그리고 참여 주체들이 각자의 예산과 인력을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위해 기꺼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제 사무국장은 “5년 이라는 시간동안 이처럼 흡입력이 높은 운동을 하다 보니 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실제 기여도는 낮으면서 이름만 걸어놓으려는 사람 또는 조직이 많았다”며 “실무단 위주로 조직을 꾸리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원주의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본부’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센터 △홍보팀 및 원주투데이 △프로그램 기획팀 △릴레이 사업팀 △책읽는 마을 사업팀 △독서토론 사업팀 △도서기증 운동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업무에 맞춰 도서관이나 청소년 관련 기관의 사서 및 청소년 지도사 등 실무진들과 협력하여 이 같은 활동을 벌인다.?
지역 언론 원주 투데이와 결합한 것 역시 이 같은 실용적인 관점에서다. 제 사무국장은 “원주에도 여러 지역 언론이 있고 그 중 한 신문사와 협약을 맺을 때 고민도 했다”며 “하지만 우리의 활동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주고 자신들의 사업으로 여길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계발이 참여의 관건
원주시의 책 읽기 운동은 매년 5월부터 12월까지 이뤄진다. 1월~4월까지는 그 간 활동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계획 수립, 도서 선정 등이 이뤄진다. 특기할 만한 것은 책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것. 아이를 가진 주부와 학교의 독서지도 교사, 도서관 사서 등으로 꾸려진 프로그램 기획팀은 선정 도서가 발표되면 그 책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발해 여러 단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든 책의 경우 ‘엄마가 책 읽어주기’, ‘동화로 다시쓰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2008년도의 선정도서는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로 브라질 남부 해안의 생태도시인 꾸리찌바 이야기를 읽고 원주 시장에게 ‘원주를 생태도시로 만들 수 있는 편지쓰기’등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원주시 행정부는 이 운동에 매 년 1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제 사무국장의 목표는 “이 곳에서 학창시절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경험한 세대들이 도시의 주축이 되는 10년 뒤까지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 시민들이 이 운동을 통해 공감대와 정체성을 찾고 소통하는 기회를 끊임없이 가질 수 있는 것. 그 목표를 향해 원주 시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