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소식 > 전체
  • 5011
  • 2009-05-06
    [경향신문 08-08-19] 국민의 품격 높이는데 도서관만한 것 없어요

  • 국민의 품격 높이는데 도서관만한 것 없어요?


    지난해 6월 출범한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위원장 한상완·이하 도서관위원회)는 출범 7개월(지난 2월) 만에 닥친 폐지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조직 감축공약에 따라 폐지 대상 1순위에 올랐던 것. 여야 합의로 대통령·총리·장관 소속 위원회 520여개 중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도서관위원회도 처음에는 폐지되는 것으로, 다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위원회로 강등되는 것으로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한상완 초대 위원장(67·사진)은 여야 국회의원, 대통령직 인수위원 등을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다닌 끝에 폐지를 막았다.?


    “위원장이 될 때 모델로 삼았던 미국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38년간 존속하다 올 3월말 도서관·박물관청으로 개편되며 임무를 마감했습니다. 1년도 안된 조직을 없앤다고 할 때 큰일났다 싶었어요.”?

    도서관 전문가와 독서운동가들의 숙원사업이던 도서관위원회는 2006년 여야 의원 50여명의 발의로 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 설립 근거를 마련했다. 도서관 정책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이어령 장관 당시 도서관국 설립을 추진했지만 일개 과로 유지하다가 이마저 다른 업무와 합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도서관의 양적·질적 도약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위원회 출범 당시 세계 40여개국의 도서관협회에서 축전이 날아왔다.?

    새 정부가 도서관위원회를 존속시킨 데는 한상완 위원장을 비롯한 도서관 전문가들의 노력과 함께 클라우디아 룩스 국제도서관협회연맹 회장(베를린국립도서관장)이 이경숙 인수위원장에게 보낸 간곡한 서한이 주효했다. 출범 1년 중 석달을 존속투쟁으로 보낸 도서관위원회가 최근 조직을 재정비하고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09~2013년)을 내놓았다. 모진 산고 끝이어서 더욱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진다.?

    “유사 이래 최초의, 도서관 전 관종을 포괄하는 종합계획이자 법정계획입니다. 계획대로라면 2013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중간 수준인 도서관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 품격을 높이고 지식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서관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종합계획은 8대 추진전략을 담고 있다. 먼저 공공도서관의 양적·질적 확충을 위해 현재 인구 8만명당 1개인 공공도서관을 인구 5만명당 1개 수준으로 늘리고, 인구 1인당 장서보유량도 1.01권에서 1.6권으로 확대한다. 또 16개 광역자치단체는 지역대표도서관을 설립 혹은 지정하고 관종·지역·분야별 도서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돼 있다.?

    과학기술·농학·의학 등 주제분야별 국가대표 전문도서관을 설립해 지식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한 위원장은 “세계의 정보 중 95%는 공개된 정보이고, 나머지 5%만이 비공개된 의미있는 정보”라면서 “95%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때 나머지 5%의 생산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도서관의 질적 상승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외에 학교 도서관 활용수업을 제도화하기 위해 도서관 전담인력의 총정원을 학생 1500명당 1명으로 우선 배치하고, 대학 도서관의 연구·교육활동 지원을 강화하거나 병영도서관·교도소도서관, 장애인·고령자·다문화가정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를 확충해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등의 계획도 포함돼 있다. 향후 각 부처와 지자체는 도서관 관련정책을 수립, 집행할 때 도서관위원회에 보고하고, 위원회는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도·감독·평가한다.?

    “지난 총선 공약을 분석해보니 도서관 유치를 공약한 47명 중 11명이 당선됐습니다. 그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지켜 보겠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의 도서관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서관학계의 대부로 평생을 바쳐온 한상완 위원장은 “언제든 사표 쓸 각오로 일하고 있다”며 “당장 효용가치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도서관은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글 한윤정·사진 김세구기자]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