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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6
    [조선일보 08-08-19] 공공도서관 총괄하는 "대표도서관" 짓기로

  • 공공도서관 총괄하는 ''대표도서관'' 짓기로?


    정보·문화지원 중심으로 공공도서관 개편 "전문가 의견 반영 안한 일방 행정" 반발도?
    서울 중구와 용산구를 잇는 소월길을 따라 남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2개의 공공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1922년 개관한 남산도서관과 1981년 문을 연 용산도서관으로, 직선거리가 100여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2개뿐인 용산구의 공공도서관이 이처럼 중구와 경계 부근인 남산 쪽에 몰려 있는 탓에 서빙고동·이촌동 등 용산구의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 두 도서관 운영 주체 모두 교육청으로 같고, 기능도 비슷해 적어도 한 곳을 전문도서관 형태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인접한 공공도서관의 기능 개편 등 도서관 정책 전반에 관한 연구와 조정 역할을 맡을 '서울시 대표도서관' 건립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최근 관련 조례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공공도서관 운영체계 일원화 추진?

    작년 말 기준으로 집계된 서울시내 공공도서관은 모두 72개. 이 중 교육청이 운영 주체인 시립(市立) 도서관이 22개, 각 구에서 세운 구립(區立) 도서관이 40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기업이나 재단 등에서 설립한 사립(私立) 공공도서관,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이다. 서울시는 현재 시교육청과 구(區)로 이원화돼 있는 운영체계가 공공도서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로 교류·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구립 도서관은 구에서 운영을 맡긴 곳이 시설관리공단·문화원·재단·학교 등 저마다 달라 문제라는 것이다. 시는 운영주체가 다른 공공 도서관을 연결해 지식 정보의 허브(hub·중심축) 기능을 하는 '대표 도서관'을 세워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구상이다. 또 시 대표도서관 산하에 구(區)별 대표도서관을 둬 교육청과 구청으로 양분돼 있는 지역의 공공도서관들을 하나로 아우르도록 한다는 방안도 있다. 대표도서관은 기능 조정 역할뿐 아니라 독립된 도서관으로서의 기능도 하게 된다. 서울의 역사·문화·환경 등 관련 자료를 수집·보관하는 서울시 연구 전문도서관 역할도 하게 되고, 전자태그를 활용한 자동 대출 서비스와 첨단 디지털 열람실 등도 갖추게 된다.?

    ◆"일방 행정의 전형"이라며 일부 도서관 반발?

    하지만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사서(司書) 등 전문가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립도서관장은 "경기도 등 다른 자치단체는 기존 공공도서관을 대표도서관으로 지정했는데, 서울시는 별도로 도서관을 세워 자신들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며 "인위적으로 운영체계를 일원화하려는 관(官) 중심의 행정은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입법예고된 조례안 부칙에서 대표도서관 설립과 동시에 서울시 문화국장이 대표도서관장이 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 "사서 자격이 없어도 대표도서관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확정된 조례안이 아니고 일부 착오가 있어 수정할 계획"이라며 "대표도서관장은 전문가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 중심에서 정보·문화지원 중심으로 기능 전환?

    문화재청이 최근 "헐지 말고 원형대로 보전하라"고 권고한 서울시청 본관의 리모델링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지만, 시는 2011년까지 시청 본관을 리모델링해 대표도서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연출가나 안무가 등의 메모를 비롯,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전문도서관을 들이는 것도 구상 중이다. 입시와 시험준비 공간으로 여겨졌던 공공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보·문화 지원중심으로 공공도서관의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권중 연구위원은 "서울은 인구 15만명당 공공도서관 1개에 시민 1인당 소장 장서율도 0.67권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구(區)별 공공도서관 수도 차이가 크다"며 "시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 대표도서관을 중심으로 공공도서관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곽수근 기자 topgun@chosun.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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