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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7
    [경남도민 09-02-09] 독서 '공식은 없다'

  • #1 전신마비 장애인 설상일 씨. 그가 유일하게 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책이다. 역사 관련 논픽션을 좋아하는 그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직접 도서관을 찾기보다 '품 안의 대출'이라는 책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2주마다 7~8권을 읽는다. 책을 고르는 것도 몸이 불편해서 주로 읽었던 책표지 뒤편에 소개된 책 중에 골라 신청하곤 한다. 책을 읽는 것조차 불편할 텐데 왜 책에 집착하는지 물었더니 그는 "책을 읽을 땐 평소에 느끼지 못한 좋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2 그림책을 즐겨보는 조의래 교사. 지역에서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이끌어가는 그는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책 읽기가 죽기보다 싫다'는 학생에게 천천히 접근하고자 시작한 그림책 보기에 이제 자신이 중독된 것이다. 조 교사는 말했다. "어른들도 그림책을 보면 그 속의 심오한 철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만의 책읽기 만들자 = 직장인 김선주 씨는 책을 읽다 볼만큼 봤다 싶으면 덮어버리고 다른 책을 잡는다. 작가에게서 읽고 싶은 이야기를 다 읽었기 때문이다. 껌의 단물이 빠졌다 싶으면 다른 껌으로 바꿔 씹는 효율적 스타일이다.

    일 주일에 한 권씩 읽는 직장인 박기영 씨는 소설책 위주의 감성적 책을 주로 읽는다. "나의 좌뇌, 우뇌를 비교할 때 확실히 우뇌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우뇌를 발달시키는 것으로 독서를 택했다. 감성적 사고를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하면 좌우가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부러 편식형 책읽기를 하고 있다.

    대학생 최소영 씨는 책을 집에서만 읽는다. 최 씨는 습관적으로 책을 소리 내 읽기 때문이다. 물론 소리 내어 읽으면 30분마다 책을 놓고 목을 쉬게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어릴 적부터 해온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어떤 스타일의 책 읽는 방식이건 다른 사람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상적이다"고 설명하다.

    ◇책읽기 전후가 중요하다 = 책읽기 전의 고민은 책의 구매 여부다. 책을 '빌려 볼까 사서 볼까' 고민하게 된다.

    자 주 책을 사는 사람에게 책값 부담은 상당하다.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본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런 견해도 있다. "책은 사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서 보는 것은 빌려 보는 것보다 책읽기에 더 많은 동기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에 소설책 등 비교적 대중적인 책들이 갖춰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 시장의 산업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책 을 읽은 후 고민은 책 정보의 교환이다. 독후 활동의 유형은 다양하겠지만 대표적인 것은 독서토론회다. 경남변호사독서회 회원인 박미혜 변호사. 그는 "한 달에 한 번 토론을 벌이는 모임이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라도 책을 읽게 된다"고 한다. 또 "토론을 하다 보면 회원들의 정치 성향, 남녀평등에 관한 생각 등 모든 것이 나타난다. 책 내용과 함께 토론 자체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교사 조의래 씨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독후 활동의 두려움을 주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 항상 독후감을 제출해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는 "일률적인 독후감은 음식을 먹고 맛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토해내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독후 활동은 스스로 필요성이 생길 때부터 해야 한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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