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4. 지자체
독서운동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독서운동을 벌여 주목된다.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이 아직까지 도서관 지원과 설립 등
근본적인 독서 인프라 조성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독서를 권장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크게 이바지한다는 평가다. 특히 2003년
국내에 들어온 ‘북 스타트(BOOK START)’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운동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독서운동을 위해선 넘어야 할 수많은 과제가 있다”며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의 독서운동은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확산되는 ‘한 책 한 도시’운동=‘한 책 한 도시(원북 원시티)’는 한 지역사회에서 지역민 모두가 함께 한 권의 책을 선정, 읽고 토론하는 문화운동이다. 책을 매개로 작가와의 만남, 독후감 토론,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공동체적 문화축제로 승화된다.
이 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돼 세계로 번지고 있다. 윤정옥 교수(청주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5월 현재 49개주의
300여개 지역사회가 참여 중이며, 영국·호주·캐나다 등지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는 2003년 충남 서산시에서 ‘서산 시민 모두가 한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면…’이란 주제로 처음 시작됐다. 서산에 이어 지금은 순천,
부산, 원주, 서울, 청주, 강릉 등에서 이를 모태로 한 다양한 형태의 독서운동이 진행되거나 추진 중이다.
-“공동체적 문화축제로”-
부산에서는 지난 23일 ‘2005년도 한 책 한 부산’운동이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출범한 ‘한 책 한 부산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용재
부산대 교수)는 시민들의 사이버 투표를 통해 ‘한 책’으로 ‘사람 풍경’(김형경)을 선정하고, 이날 운동시작을 알리는 심포지엄도 열었다. 이용재
교수는 “책을 통해 부산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를 일구고자 한다”며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산시는 서산시립도서관을 중심으로 오는 9월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등 3년째 이 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또 시립도서관은 시민들의
독서기회를 늘리기 위해 아파트 단지, 섬 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이동도서관’도 운영한다. 이 도서관 박미희 사서는 “운동 3년째가 되면서
문의가 급증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한다.
순천시는 지난해부터 ‘책 한권, 하나의 순천’이란 주제로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역실정에 맞게 각 지역에 ‘작은 도서관’ 설립을
추진,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최근 낙안읍성 내에 ‘초가지붕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는 등 모두 12곳의 작은 도서관을 열어 ‘책읽는
순천’이란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문화재단을 주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책읽는 서울’을 진행 중이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를
비롯, 현장에서의 낭독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행사를 실시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교수는 “한 책 한 도시 운동은 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각종 문화행사와 토론이 벌어질 수 있고, 디지털시대에 또 하나의 공동체 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 상당히 이바지한다”고 평가했다.
◇자리잡은 ‘북스타트’ 운동=북스타트 운동은 1992년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일본·캐나다 등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보건소를 찾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장난감, 책 등을 제공해 아기들이 어릴 때부터 책과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 이를
통해 아기들의 집중력·언어습득 능력의 향상은 물론 부모와 아기간의 정서함양, 사회적으로는 지역사회가 아기 양육의 책임과 비용을 분담해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육아지원 운동의 역할을 한다.
-일상화 위한 노력 긴요-
국내에는 2003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북스타트한국위원회를 결성해 서울 중랑구에서 시범운용했다. 중랑구가 이듬해 9월 국내 처음
이 운동을 공식 도입한 이래 5월 현재 서울의 일부 구를 비롯, 인천 연수구·전남 순천시와 여수시·경남 진해시 등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북스타트한국위원회 어희재 팀장은 “올 상반기까지 전국 20여개 지자체가 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문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이 운동은 보건소뿐 아니라 공공도서관이 나서면서 크게 활성화하고 있다.
◇과제도 많아=전문가들은 독서운동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독서인구의 증가, 책읽는 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더욱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1회성 이벤트를 지양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재 교수는 ▲독서문화 일상화를 위해 안정적·지속적으로 독서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비영리기구(공익법인 형태) 설립 ▲주민들의 도보권 내에
공공도서관·마을도서관 건립 확충 ▲도서관과 사서들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의 문화운동 전개 등을
꼽았다.
윤정옥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해외사례를 볼 때 독서운동은 대부분 공공도서관이 주체가 되지만 지역사회의 정부와 기관, 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 협력이 있을 때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