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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2
    도서관 인프라

  • [경향신문 200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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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대한민국] Ⅲ-5 도서관 인프라


    도서관은 문화국가의 척도이다.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기능을 넘어서 현대의 도서관은 지식정보의 집약처이자 지역문화의 구심점이다. 우리 공공도서관의 수는 얼마나 될까. 2004년 말 현재 487개로 국민 9만9천7백61명당 1관이다. 여기에는 학교도서관(9,649개), 대학도서관(435개), 전문·특수도서관(548개), 문고(2,400여개)는 제외돼 있다.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표1>했을 때 도서관 숫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인력 배치나 운영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고려하면 더욱 열악한 현실이다.

    이같은 공공도서관을 선진화하기 위해 문화관광부는 ‘도서관 발전종합계획’(2003~2011년)을 시행중이다. 이 계획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고, 기존 도서관의 시설 및 운영을 개선하며, 도서관간의 연계체제를 마련해 사설 도서관이나 문고까지 포함한 도서관 전체의 효율을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현실과 어긋나면서 3년 만에 대형 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의 시행 주체가 문화부에서 국립중앙도서관으로 넘어갔으며 지방분권화 정책에 따라 도서관 지원권한이 자치단체로 이관되는 등 주변 여건의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1년까지 국민 6만명당 1관 수준으로 공공도서관 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75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487개)으로 볼 때 향후 263개 공공도서관이 더 들어서야 한다. 올해부터 매년 38개 도서관이 개관해야 목표치를 맞출 수 있다. 종합계획 시행시점인 2003년 이후 정부의 건립지원 건수<표2>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새로 문을 여는 도서관수<표3>는 갈수록 적어져 2003년에는 9개, 2004년에는 16개가 개관하는데 그쳤다.

    현재 공공도서관 건립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 20%, 자치단체 80%의 비율로 재원을 마련, 도서관을 짓도록 돼 있다. 농어촌지역은 문화격차 해소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80%를 지원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지원금을 받은 자치단체 대다수가 착공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전국 100여군데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예산만 받아놓은 상태다. 서울 강동구, 경남 창녕군, 제주시, 충남 청양군 등에서는 불용예산을 반납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2년간 이월되면 국고로 환수하는 원칙에 따라 올해는 지원액수가 대폭 늘어난 2003년 이후 불용예산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왜 지원증가에도 불구, 공공도서관 수가 개선되지 않을까. 우선 정부보조금 비율이 낮고 자치단체의 재원이 부족한 데 이유가 있다. 자치단체로서는 당장 빛이 나지 않는 도서관 사업에 재원을 쏟는 것보다 도로를 닦거나 복합문화센터, 복지시설을 짓는데 관심을 갖는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도서관 대신 노인회관으로 방향을 돌렸다. 창녕과 청양은 나머지 돈을 댈 수 없어 예산을 반납했다. 농어촌 지역 역시 80%를 지원받기는 하지만 노인인구가 많은 상태에서 도서관에 우선 순위를 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 부재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도서관 모델조차 없는 실정이다. 지역현실에 맞는 적정규모, 광역단위의 배치계획이 없이 자치단체의 신청에 의존하기 때문에 같은 공공도서관이라도 2백억~3백억원에서 10억원 미만까지 규모와 운영이 들쭉날쭉이다. 경제문화 수준이 가장 높은 서울이 인구 33만명 당 1관꼴로 가장 열세인가 하면, 지방은 인구대비 비율은 낮지만 거리가 멀어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건물을 지었으나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작은 도서관’ 계획도 즉흥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해 8월 ‘창의한국’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동사무소 등 공공시설, 기존 도서관의 리모델링을 통해 새마을문고 2,400여개를 포함, 1만개의 작은 도서관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로또복권기금 25억원을 투입, 25군데 시범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는 ‘작은 도서관’ 예산이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공공도서관 건립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은 기존 도서관의 효율적인 운영과 도서관간 연계체제 마련이다. 이 부분은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뤄졌으나 3년째 전혀 시행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도서관 운영 주체가 문화부 이외에 교육부, 행정자치부, 과학기술부 등으로 나눠져 있어 정책조정기능을 수행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됐고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도서관법 개정안에 도서관간 연계의 핵심고리로 16개 광역 대표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계획이 들어있으나 운영주체의 일원화 없이는 상호대차, 예산협력 등에 한계가 있다.

    1인당 장서비율(2004년 말 현재 0.85권)은 점차 높아져 2011년 국민 1인당 1권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신 장서의 비율이 낮은데다 분권교부세의 지방이양(경향신문 5월20일자 보도)으로 인해 도서구입비가 축소된 부분은 개선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도서관 정보화 부문도 새로운 골칫거리다. 2001~2003년 사이 3천억원을 들여 공공도서관과 일부 학교도서관에 디지털자료실을 갖췄는데 기기가 노후화하면서 각 도서관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같은 문제점에 따라 도서관 발전종합계획에 대한 전면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본격 작업은 내년 이후 가능해질 전망이다. 성정희 담당사무관은 “올해 도서관법 개정에 이어 내년중 새로운 도서관 정책을 내놓기 위해 전문가 의견수렴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윤희윤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새로운 도서관 정책에는 지방분권에 따른 자치단체의 역할, 제7차 교육과정에 부응한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연계, 교양독서 이외에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전문도서관 확충 등 여러가지 여건 변화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윤정 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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