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3.
독서현장탐방
제1회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
올 가을, 책과 관련한 큰 행사가 둘 있다. 우리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10월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야 금세 떠올리겠지만 나머지 하나는
쉬 감을 못잡을 것이다. ‘제1회 서울 와우 북페스티벌’(9월30일~10월3일)이 그것이다.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벌이는 대규모 책 축제다.
‘책 행사’라면 고답적인 이미지에 갇히기 십상이지만 이번은 좀 다른 것 같다. 조직위원회는 내용과 형식을 갈아엎겠다고 벼르고 있다. 축제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각오가 대단하다.
-파주출판단지 견학 가능-
◇어떤 행사인가=책을 매개로 한 전방위 축제다. 행사명의 ‘와우’는 홍대 뒤편 와우(臥牛)산과 영어의 감탄사를 겹으로 차용한 말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로데오 거리와 이 지역 출판사, 갤러리, 소극장, 도서관이 죄다 축제의 장으로 활용된다.
홍대 앞 ‘주차장 거리’와 ‘걷고 싶은 거리’를 잇는 1㎞가 행사의 간선도로 격이고 그 중간 중간 스며 있는 공간들이 지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지역내 일부 구간은 행사기간 중 차량까지 통제된다.
일반 도서전과는 판이하다. 행사 진행을 맡은 이채관 (주)시월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페스티벌은 기존 도서전처럼 책을 잔뜩 진열해놓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박람회형’이 아니라 책 문화에 중심을 둔 행사”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이곳에 터잡고 있는 출판사들 중 50여곳이 행사의 실질적인 주체이지만 기본 정신은 문호개방이다. 출판, 공연, 전시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행사 기간 중에 누구나 이곳에 들러 책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강연회, 구연동화, 시연, 전시회, 저자와의
대화 등 100여개의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출판사 행사만 예를 들어보면, ‘서당’이라는 책을 출간한 ‘청년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천자문 교실을 연다. ‘돌베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씨, ‘휴머니스트’는 비판적 사회·문화평론가 진중권씨의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또 ‘바다출판사’는
만화교실을, ‘보리’는 백창우와 함께 하는 어린이 노래마당을 계획 중이다. ‘창비’는 인기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을 연극무대에 올린다. 그외에도
행사는 줄줄이 이어진다. 곳곳에서 저자와의 만남이 이뤄지며 8개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동시에 열린다.
출판사 개방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 이벤트. 일반인들을 출판사 건물과 인쇄소, 제본소로 초대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셔틀버스에
태워 파주 출판단지까지 견학시켜준다는 계획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출판인회의는 책읽는 서울, 네이버, 학교도서관 문화운동 네트워크, 책으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 등과 같은 단체의 참여도 유도하기로 했다.
-문화·예술과 시너지효과-
◇왜 홍대 앞인가=서울 마포구는 우리나라에서 출판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서교동과 합정동을 중심으로 1,600개의 단행본
출판사와 100여개의 잡지사가 밀집해 있다. 그 중에서 홍대 인근만 따져도 출판사수가 200개가 넘는다. 파주 출판단지가 철저한 계획으로
조성됐다면 이곳은 자생적으로 일어선 곳이다.
이뿐 아니다. 홍대 인근의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도 눈여겨 봐야 한다. 라이브 공연장, 연극무대,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생산 공간이
여기에 산재해 있다. 이를 책과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복안이다. 영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도 이와 유사한
문화인프라를 갖고 있다.
여름이면 이곳은 국제 공연예술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재즈 페스티벌, 북 페스티벌, 필름 페스티벌 같은 행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마포구청도 적극적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다. 행사 예산 중 일부인 5천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입력’인데 우리 사회는 아직 책 읽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못하다”며 “좋은 여건을 갖춘 홍대 인근 지역에서 치르는 이번 행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시아대표책잔치로”◇특징과 의미=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행사의 독창성이다. 장인용 공동집행위원장(출판사 ‘지호’ 대표)은 “와우 북
페스티벌은 일반 도서전의 상업주의와 엄숙주의를 깨고 거리로 나가 대중과 함께 즐기는 책 잔치”라고 말했다.
이채관 대표는 “유럽의 축제들은 지역의 정체성이나 지역의 문화적 자원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향토의 토산품 같은 것에
기대는 데 머무르고 있다”면서 “이번 홍대앞 책 행사는 ‘도시형 공동체 축제’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대표는 두번째로 ‘자발적·참여형 네트워크 축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의 상당수 축제들은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돈을 하달해 집행하는 방식이었어요. 중앙집권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죠. 그러나 이번에는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지금까지 구청지원금을 포함해 9천만원 정도를 확보했는데, 나머지 (2억~3억원의) 예산은 출판사들의 자발적인
갹출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충원할 생각입니다. 참여하고 연대해서 축제를 치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번 행사를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장인용 공동집행위원장은 “이후 동북아 전 지역의 출판인들도 초청하여 동아시아의 대표적 책 축제로 키워나간다는 것이 조직위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문의는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02-3444-0623~4)으로 하면 된다.
조장래 기자 jo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