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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2
    독서현장탐방 - 경기 부천시

  • [경향신문 200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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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Ⅳ-4 독서현장탐방
    경기 부천시

    경기 부천시 구석구석에는 뜻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맘껏 즐길 수 있는 사랑방들이 있다. 책을 중심으로 한 ‘작은도서관’들이다. 시민들과 부천시 시립도서관이 함께 만든 ‘작은도서관’은 가족이 모여 앉아 책을 읽는 곳이다. 또한 누구나 정보와 문화를 누리는 쉼터이자, 지역문화 활성화의 구심점이다.


    작은도서관으로 ‘책 읽는 도시’의 대명사가 된 부천. 민관이 함께 손을 잡을 때 한 도시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읽는 도시’ 대명사로◇도서관, 변화의 중심=지난 6일 오후 오정동 노동복지회관 2층의 ‘행복한 도서관’을 찾았다. 25평의 공간에 4,100여권의 책이 빽빽하다.


    어린이와 주민 등 10여명이 번잡한 도심을 창밖에 두고, 책 읽기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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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도서관의 하루 이용객은 80여명. 박미정 사서(41)는 “2003년 3월 설립 이후 이용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다른 도서관에 비해 노동복지회관에 있는 특성상 어른들의 이용률이 꽤 높다”고 전한다.


    작은도서관이 존재함으로써 그 지역은 얼마나 변할까. 박사서는 “도서관은 한마디로 지역의 구심점이 된다”며 “주민들의 정체성 찾기에 한몫 톡톡히 한다”고 전한다. 도서관으로 인해 아이들이 책을 찾고, 부모들이 도서관을 다니면서 한 가정이 정서적 안정을 이룬다는 것. 또 새로 이사온 사람들은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적응을 빨리 한단다.


    ‘고리울꿈터 도서관’은 고강1동 동사무소에 있다. 고강동의 옛 지명에 어린이들의 꿈이 자라는 터라는 뜻의 도서관은 동사무소 행정공간과 붙어 있어 동사무소 직원들과 도서관 이용 어린이, 주민 사이에 벽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주민 최은경씨(31)는 “거의 매일 찾는 도서관은 아이들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삶의 활력소”라고 말한다.

    특히 동사무소가 이제는 먼 행정기관이 아니라 이웃집 같아 “직원들과 격의없이 갖가지 의견을 나눈다”고 말한다. 역사 만화책을 열심히 읽던 서진원군(수주초등 2년)도 “다른 어떤 놀이터보다 책도 많고 좋다”고 전한다. 고수영 사서(27)는 “올 1월 문을 연 이후 한번 찾은 주민은 ‘이런 곳도 있네’라며 계속 이용하고 있다”며 “하루 60여명이 70~80권을 대출해 바쁘긴 하지만 사서라는 자부심과 함께 보람이 크다”고 강조한다.


    ‘복사꽃필무렵 도서관’의 염범석 관장(목사)은 작은도서관 덕분에 우선 어린이들이 건전한 공간을 갖게 되고, 주민들의 동아리가 만들어지며, 공동체 활성화로 지역 전체문화가 바뀐다고 정리한다.


    전문성 높이려 사서 배치◇1+1은 100=부천의 작은도서관은 모두 11개. 민관이 함께 도서관 사업을 시작,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만들어왔다.


    작은도서관은 무엇보다 민관의 합작품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시립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의 사서 인건비, 도서 구입비 등 운영비를 전액 지원한다.


    그러나 운영은 지역 주민자치회나 도서관 운동을 벌여온 비영리단체 등 민간이 맡는다.


    ‘부천지역 작은도서관협의회’ 이진우씨(부천문화재단 도서관운영팀장)는 “작은도서관 사업이 타지역 지자체, 시민단체로부터 크게 주목받을 만큼 성공한 것은 전폭적 지원과 관리·감독을 맡은 시립도서관과 민간의 작은도서관협의회 간의 절묘한 파트너십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안정적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재정지원과 도서관 자체의 전문성을 높이는 사서 배치가 핵심적이란 분석.


    김정숙 부천시립도서관장(49)은 “도서관당 연 3천7백여만원이 지원되지만 민관이 힘을 합하니 1+1이 100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분석한다. 김관장은 “타 지자체들도 ‘열린 행정’의 장점을 알았으면 한다”며 “민관이 터놓고 의견을 나누다보면 시민들을 위한 갖가지 효율적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서로가 윈윈한다”고 강조한다.


    시립도서관의 지원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민간의 호응을 받는 것은 ‘도서대출 상호대차 서비스’. 이는 작은도서관 어디에서도 시립도서관 4개관과 부천대학 몽당도서관의 책을 대출·반납할 수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책을 신청하면 시립도서관측이 직접 책을 배달, 대여한다. 물론 이를 담당하는 시립도서관 열람팀 직원들은 몹시 바쁘다.


    작은도서관 담당인 송희순 시립도서관 열람팀장은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도서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다”며 “4명의 팀원이 때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겸손해한다. 이진우 팀장은 “그야말로 작은 도서관을 너무나 큰 도서관으로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다른 지자체들도 적극 도입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9월에 ‘도서 한마당축제’◇한 단계 수준높이기=부천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협의회는 요즘 정기회의 외에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제 도서관 설립도 중요하지만 기존 도서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다.


    민관이 의견을 모은 것은 작은도서관을 해당 지역이나 주민 욕구·특성 등에 맞춰 특화시키자는 것.


    외국인근로자가 많은 도서관은 그들과 함께하는 도서관, 노인들 비중이 높은 곳은 어르신들을 위한 사업확대 등 각 도서관을 특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민관합동으로 ‘책 릴레이’를 통해 독서문화를 한층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9월에는 시민들과 민관 도서관 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도서 한마당축제’를 연다.


    김정숙 관장은 “이밖에 사서 재교육 방안, 어린이 프로그램 개발,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분석 등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부천|글·사진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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