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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2
    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

  • [경향신문 200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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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대한민국]Ⅳ-9. 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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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강원 홍천 동화중학교에서 열린 ‘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행사 중 소설가 박상률씨가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출판계와 학교 도서관, 그리고 저자들이 하나의 뜻을 위해 힘을 합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중·고등학생들의 책 읽기 활성화를 위해서다.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혜경)와 학교 도서관 내실화 등의 운동을 펼치는 ‘학교 도서관 문화운동 네트워크’(학도넷), ‘책 읽는 서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은 지난달부터 ‘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라는 이름의 독서진흥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독서를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거는 기대도 크다.


    ◇저자가 함께하는 문화체험=‘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는 말 그대로 저자가 직접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난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인생의 선배로서, 또 책 읽기를 누구보다 가까이 하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학생들이 그 어떤 독서운동 이벤트보다 흥미를 가질 만한 것.


    출판인회의 김혜경 회장은 “서울문화재단과 학교 도서관 관계자들, 출판사, 저자 등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하는 쉽지 않은 독서진흥 운동”이라며 “그러나 저자와 학생의 만남을 통한 구체적이고 현장성 강한 이 운동은 그 어떤 독서운동보다 효과가 크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출판인회의 내부에서 학생들의 독서 활성화를 돕는 것은 출판사의 사회적 의무라는 의견도 많았다”며 “출판계가 나설 경우 새로운 독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도넷의 이성희 공동대표는 “저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적은 학생들에게 저자와의 만남, 대화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며 “책과 친해지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화축제로 진화=‘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는 주최측이 학교에서 원하는 저자를 신청받아 지난달 4곳에서 시범운영됐다. 지난달 12일 인천 청천중을 시작으로 강원 홍천 동화중(13일), 서울 송곡여고(14일), 서울 연지초등(29일)이다.


    사계절출판사의 지원으로 열린 청천중 행사에는 중·고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봄바람’의 저자인 소설가 박상률씨가 초빙됐다. 작가는 자신을 이야기하며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라”고 강조했다. 저자와의 만남은 하나의 학교축제가 됐다. 학교측에서 독서퀴즈, 독서엽서 꾸미기, 학생들의 연주 및 중창단 발표 등을 함께 엮은 것이다. 이튿날에는 전교생 64명의 동화중학교에서 역시 박상률 작가가 참석한 가운데 만남이 진행됐다. 학교측에서도 저자의 강연에 앞서 작품을 읽게 하고 독후 활동을 벌여 학생들과 저자의 대화는 열띠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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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화작가 문선이씨가 연지초등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사진제공 출판인회의·학도넷


    파랑새어린이 출판사가 지원한 연지초등에서는 ‘양파의 왕따 일기’ 등을 쓴 동화작가 문선이씨가 초빙돼 어린이들은 물론 학부모들과 책 내용, 책 읽기의 중요성과 독서 방법 등을 이야기했다. 또 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가 지원한 송곡여고에서는 여고생들의 수준에 맞춰 ‘우리가 성에 관해 너무나 몰랐던 일들’의 저자인 김성애 교사(중앙여고)가 참여, 여느 때보다 깊고도 많은 대화가 이뤄졌다. 출판인회의 한성봉 독서진흥위원장은 최근 평가보고서에서 “학교측의 다양한 프로그램 준비, 출판사측의 책 기증 등으로 예상보다 효과가 더 높다”고 말했다.


    ◇더 다채로워질 운동=방학을 맞아 숨을 고른 ‘책의 저자가 학교에 왔다’는 이달 말부터 다시 시작된다.


    27일에는 서울 중앙여중에서 창작과비평사의 지원으로 나희덕 시인이 초빙되며, 31일에는 강원 동해의 북평초등에서 청어람미디어의 지원 아래 독서운동가 한상수씨가, 또 서울 공진중에서는 현암사 후원으로 천문학자 김지현씨가 나선다.


    9월부터는 시범 운영에서의 평가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좀더 실제적으로 다가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한위원장은 “지금까지는 학교가 원하는 작가를 섭외, 초빙했지만 9월부터는 출판계가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공시하고 학교가 자체적인 여건에 맞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며 “행사 프로그램이 훨씬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출판인회의는 이를 위해 이미 출판사들로부터 다양한 기획안을 모으고 있으며, 일부는 프로그램 확정에 들어간 상태다. 출판인회의는 저자를 작가만이 아니라 만화가, 미술사가,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로 하기로 했다. 저자의 강연 주제나 학생들과의 대화도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매우 현실적인 내용을 담기로 했다. 또 학교측과 협의, 저자 초빙과 함께 다양한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펼쳐 학생들의 독서 관심을 일깨울 계획이다. 출판인회의측은 “지금까지의 행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출판사와 학교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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