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5-09-02]
지난달 20일 마임 연기자 이두성씨(43)가 제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을 찾았다. 이씨는 마임 배우 1세대인 유진규씨의 제자로 한국의 토속
마임을 대표하는 마임 연기자. 이씨는 도서관에 모인 청소년과 학부모, 주민들 앞에서 ‘인생’ ‘아버지와 나’ ‘허수아비’ ‘마음씨앗’ 등의
마임작품을 공연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마임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마임은 그리스어의 ‘흉내’를 뜻하는 미모스(mimos)에서 유래했으며, 원래는 촌극 등
잡극(잡극)을 의미했다. 오늘날에는 팬터마임과 같은 뜻으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으로 하는 연기를 가리킨다. 참석자들은 이씨의
몸짓을 따라 해가며 마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마임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어린이들이 ‘몸짓의 즐거움’을 체험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놀이연구가 이상호씨는 23일 부산 영도도서관에서 ‘생활속에 되살아 날 우리놀이’에 대해 강연했다. 이씨는 간단한 놀이, 함께 만들어서 노는
놀이, 노래가 있는 놀이, 알고 있는 놀이 등으로 나누어 잊혀진 우리 놀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쳤다.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참가해 전통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4일 오후 2시 진해 기적의 도서관 큰모임방에서는 ‘랩으로 부르는 동요’ 공연이 있었다. 2혼, HBK, 이영우 등 랩가수들이 초청됐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동요를 흥겨운 랩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0여명의 어린이, 엄마들이 모두 일어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같은 이벤트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책사회)이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의 순회대사’ 프로그램. 책사회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 창작자, 작곡가, 놀이연구가, 화가, 판화가, 연극인, 가수 등을 문화예술의 순회대사로 초빙해 전국 소외지역
공공도서관, 각급 학교 도서관, 어린이전용도서관, 낙후지역을 찾아 주민, 어린이, 청소년들과 만나게 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책사회가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그림작가 정승각씨, 미라클 인형극단, 동화작가 노경실씨,
스토리텔러 이송은씨, 놀이연구가 이상호씨, 공예가 김연숙씨, 극단 까치동, 봉산탈춤보존회, 도서관전문가 이현씨 등이 문화예술의 순회대사로
활동했다. 8월의 순회대사로는 이두성씨를 비롯해 시인 김용택씨, 공예가 전윤식씨, 스토리텔러 이가령씨 등이 초빙돼 전국을 돌면서 주민,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심어줬다.
‘독서의 달’인 9월에는 문화예술의 순회대사 프로그램이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로 짜여진다. 9월의 순회대사로는 작가
하성란씨, 동화작가 김중미·고정욱씨, 시인 정호승씨, 도서관 강사 이현씨 등이 나선다.
소설가 하성란씨는 올해 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주빈국 조직위에서 주최한 독일 한국문학 순회낭독회에 참석했다가 어디서든 낭독회가 열리는
독일의 낭독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아 순회대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씨는 8일 평택 포승중학교에서 ‘내 영화의 주인공’을 낭독하고, 9일에는 울산 남부 도서관에서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낭독회를
연다. 평택중학교 학생들은 벌써부터 하씨의 소설을 읽으며 낭독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동화작가 김중미씨는 9일 인천 계양도서관을 찾아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제목으로 자신의 독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정욱씨는 10일
진해 기적의 도서관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해 강연한다.
시인 정호승씨는 10일 제주를 찾아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에서 ‘엄마하고 읽는 동시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 시간을 갖는다. 이날 ‘동화읽는
어른 모임’과 함께 ‘시를 발견하는 마음’을 주제로 강연한다. 23일에는 이현씨가 울산 중부도서관을 찾아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자란다’는 제목의
강연을 하며, 봉산탈춤 보존회는 24일 제천 기적의 도서관에서 ‘내친구 목중이’를 공연한다.
책사회의 도정일 상임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전국의 소외지역 어린이들과 청소년에게 문화예술의 시민 교육적이고 인문 문화적인 가치를 체득하게
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며 “창조적 예술가들과 직접 만나보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 수준을 높이고 문화의 변방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결핍감을 덜어주면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석종 기자 s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