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5-09-30]
“지금 부천은 ‘동네마다 놀이터와 같은 작은도서관을 만들자!’라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책 읽는 부천, 신나는 도서관, 꿈꾸는 도시로
힘차게 나아갈 것을 선포합니다.”
지난 24일 경기 부천시의 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는 시민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책 읽는 부천, 신나는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제6회 도서관 문화 한마당이 열렸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독서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부천시가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는 자리였다. 노무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까지 참석해 축하해준 이날 행사는 부천시와 시민들이 지난 6년 동안 작은도서관
만들기, 책 릴레이 운동 등을 통해 쌓아온 독서운동의 결실을 확인하는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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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월24일 부천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 열린 ‘도서관 문화 한마당’에서 부천시립도서관장과 11개 부천시 작은도서관 관장들이 ‘책 읽는 도시 선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책 읽는 도시 선포”=이날 문화 한마당 공식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부천을 우리나라 독서 운동의 상징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시립도서관장과 11명의 작은 도서관장들이 ‘책 읽는 도시 선포문’을 릴레이로 낭독하는 순서였다. 이들은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책 읽는 소리가
가득한 부천의 작은도서관이 마을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잡았다”며 ‘책 읽는 도시, 부천’을 선포했다.
2002년부터 부천시 곳곳에 시청과 시민단체,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하나씩 만들어온 작은도서관은 벌써 11개로 늘어났다. 시민들이 집 주변의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듯 편하게 찾아가 책을 접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은 책읽기 문화 확산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시의
작은도서관 운동이 성공하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 축사를 한 영부인 권양숙 여사도 행사가 끝난
뒤 약대동에 있는 신나는 가족도서관을 둘러보고 그곳 관장과 사서, 자원봉사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잔디광장에 야외도서관(놀러 나온 도서관)이 임시로 꾸며져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즉석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미래의 도서관(U-Library)이 마련돼 전자책(e-book)과
전자학습(e-learning)의 미래상이 소개됐다.
메이킹북(Making Book)이라는 코너는 어린이와 어머니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책들이 전시됐고 실제 책을 함께 만들어 보는 행사도
진행됐다.
자원봉사자 김두화씨(여·36)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과 책에 대한 사랑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화속 주인공 손인형으로 만들기,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 동화 모자이크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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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월24일 부천시청 앞 잔디 광장에서 열린 ‘도서관 문화 한마당’의 ‘동화 읽어주기’ 코너에서 풍선아트와 페이스페인팅을 한 자원봉사자 정경숙씨(34)가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
◇‘책 릴레이 운동’ 성공=이날 행사에는 부천시립도서관과 작은 도서관들이 지난 7월26일부터 시작, 지난 10일 마무리한 ‘책 릴레이’
행사의 독후감상문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책 릴레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길 떠나는 아이들’ 등 총 155권의 책을
선정, 첫 주자 155명이 3일 내에 책을 다 읽고 이웃의 다른 주자 155명에게 각각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주자들은 부천시립도서관의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작은도서관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됐다. 이어 각 책마다 10명의 주자들이 뒤를 이어 총 1,550명의 시민이 책 릴레이에
참여한 셈이다.
자신이 읽은 책을 이웃에게 권유하는 방식으로 독서 문화 확산을 꾀하는 이 프로그램은 당초 작은도서관에서 소규모로 시도했다가 시민들의 반응이
좋자 올해 시 전체 차원으로 확대, 실시된 것이다. 부천시립도서관이 책이 전달되는 경로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관리했다.
부천시립도서관 김영애 사서팀장은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책을 가까이 할 기회가 거의 없는 주부들이 바로 이웃으로부터 책을 권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고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팀장은 “올해는 첫 행사여서 자원봉사자들 중심으로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시민들이 직접 책을 선정하고 첫 주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힘=부천시가 책 읽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데는 작은도서관에서 독서운동을 함께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크다. 현재
부천 작은도서관의 자원봉사자들은 도서관마다 적게는 15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까지 총 2,000여명에 이른다.
도서관마다 관장과 전문 사서가 있지만 도서관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도서 정리 등의 잡일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아이들과 책 만들기 등 작은도서관이 실시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또 대부분이 주부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와서 함께 책을 읽는 경우도 많아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숙해 지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효과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평소 작은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24일 열린 문화 한마당 행사의 책 만들기나 인형극 놀이마당,
동화 색칠하기 등 각 코너를 준비하기도 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인근 시민들을 자원봉사자로 참여시키면서 시민들과 책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