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대한민국] Ⅳ-19.
재일민족학교 책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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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린이와 도서관 재일민족학교 방문단이 도요하시초급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
“10월2일, 일본 전국 속에서도 가장 기온이 높았던 시즈오카에서 운동회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학교선생님들과 학부모, 동포들 모두 다
학생들의 밑받침이 되자고 마구 내리치는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에 힘을 다하였지요. 제가 사진 올리는 기술을 갖게 되면 꼭 사진을
올리겠읍니다.”(10월4일 시즈오카민족학교 최양숙씨)
“관장님께서 보내주신 ‘세계한국문화유산DVD’와 ‘미래를 여는 우리 역사’ 책이 학교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학교기계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실 어머니와 현 교육회 장태명 부회장님께도 책임적으로 보내준 것을 넘겼습니다.”(9월27일 도요하시민족학교 교장
윤광신씨)
“어제 송편 만들기 제미 있었어요. 하고 맛이 있었어요. 어제는 정말 제미 있었어요. 온제인가 다시 놀로 와 주세요.”(9월22일
시즈오카민족학교 초등 4학년 장리나)
요즘 작은 도서관들의 모임인 ‘어린이와 도서관’ 게시판에는 재일민족학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편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표현이
어색하고 맞춤법도 틀리지만 하나같이 정성을 다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편지들이다.
전국 30개 어린이도서관이 모인 어린이와 도서관 회원들이 조총련계인 재일민족학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년 전. 일본에서 민족교육을
담당하는 민족학교, 조선학교, 동포사회에 우리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젊은이들의 모임인 ‘뜨겁습니다’와 함께 ‘통일세대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화책 보내기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다.
현재 일본에는 92곳의 민족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 사회의 냉대 속에서도 50년 넘게 우리말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이다. 그러나
교육환경이 일반 공립학교나 다른 외국인학교에 비해 열악하다. 북한의 경제난 때문에 지원마저 끊겨 운영난을 겪거나 통폐합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책 보내기 활동을 펼쳐온 어린이와 도서관 회원들은 지난 9월3일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일본의 재일민족학교인
시즈오카민족학교와 도요하시민족학교, 아이치민족학교(중·고교 과정)를 차례로 방문, 교류활동을 펼쳤다. 일본 방문에는 모두 17명이 참가했다.
민족학교에 기증할 동화책과 ‘어린이와 도서관’을 소개하는 영상물, 엄마들이 만든 영상그림책, 시인이자 가수인 백창우씨가 어린이 시로 만든 어린이
노래 테이프 등을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방문기간 동안 민족학교 교사들과의 간담회, 학부모와의 만남, 등하교 지도, 정규수업 진행, 마을잔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잃어가고 있는 재일교포 3, 4세들에게 민족공통의 문화와 생활정서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작은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를 운영하는 김소희씨는 일본 시즈오카현 시즈오카민족학교 고학년(4·5·6학년)
15명의 어린이들에게 이억배 동화 ‘솔이네 추석이야기’를 읽어줬다. 한국의 추석 풍속을 설명하고 한국에서 가져간 재료로 송편도 빚어 나눠먹었다.
같은 시간 저학년 교실에서는 ‘초롱이네 도서관’ 오혜자씨가 권정생 동화 ‘강아지똥’을 읽어주며 찰흙으로 강아지똥을 빚었다. 경기 고양시에서
‘숲속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백창화씨는 노래와 그림책 만들기를 맡았다.
칠판수업에만 익숙했던 아이들은 바닥에 둘러 앉아 이야기 듣고 말하기, 오리고 붙이며 책 만들기, 게임처럼 진행되는 지리학습, 찰흙놀이 등
새로운 수업방식의 신선한 재미에 금방 빠져들었다. 마을잔치에서는 민족학교 학부모들이 마련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김소희씨는 “민족학교 학생들이 어려운 형편임에도 민족의식이 대단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다”면서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운 아이들이 쉽게 우리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화책과 교재, 교구 지원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종 기자 s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