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대한민국] 뜨거운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
‘뜨겁습니다’를 알게 된 것도 1년이 다 되어간다. 당시 인터넷 카페 ‘뜨겁습니다’의 회원 수는 30여 명이었고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1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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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본 도요하시조선초급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김소희씨. |
2003년 여름 우연한 인연으로 시즈오카에 있는 조선학교를 방문한 한국의 젊은이 3명이 학생들의 우리말 공부를 위해 책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후 사단법인 ‘어린이와 도서관’의 도움으로 책 보내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온 조선학교 출신 학생들의 유학생활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마침 나는 전공이 국어국문학이라 지난 봄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 우리말을 공부하러 온 조선학교 출신 학생들과 주말을 이용해 한국어공부
모임을 했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먼 곳에서 온 친척동생을 보살피듯이 다들 한 마음으로 그들의 한국생활을 도왔다. 그리고 회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뜨겁습니다’를 알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며 책과 도서상품권 등 정성이 담긴 후원물품을 모았다.
어느새 나도 기회가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모임과 재일조선인 동포의 삶에 대해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그 노력으로 당시 내가
근무하던 출판사 사장님은 원가에 책을 지원해주기로 약속하기도 하셨다. ‘뜨겁습니다’ 회원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면서 모임에 열성적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디서 이런 뜨거운 마음이 나오는 걸까? 모임에 참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던 나에게 지난여름 정기방문은 해답과 함께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었다. 매년 여름 일본 내 조선학교 정기방문이 올해로 세 번째가 되어 이번에는 ‘어린이와 도서관’과 함께한 대규모 방문이었다.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재일조선학교라면 조총련과 북한을 떠올리던 사람도 있었고 ‘뜨겁습니다’라는 말의 강한 느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지만 막상
그곳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매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곳에는 남과 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통일된 조선의 후손들이 살고 있었다. 남과 북으로 나뉜 고향 한반도를 생각하며 누구보다도 간절히
통일된 조국을 바라고 있었다. 또한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보낸 것이 그저 ‘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국땅에서 우리말을 지키며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책은 관심과 사랑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요즘 카페에는 일본 동포와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서 회원이 200명 가까이 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마음을 나눌 그날을 기다리며, “다시 만나자요”라며 내 손을 꼭 잡던 조선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을 떠올린다.
김민경 회사원·‘뜨겁습니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