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002/03/03]
[도서관을 늘리고 채우자]
도서관 사서들 훌륭한 길잡이
지식과 정보 서비스 기관으로 도서관이 존재하고 그 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사서라는 사람들이 있다.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이미 지불한 이용자들로서는 이왕이면 같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지금 도서관 사서들은 어떤 모습일까.
대체로 이용자들은 사서들에게
"이 책 어디
있어요?"
"뭐 볼 만한 소설책 있나요?"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요?" 등과 같은 단순한 질문만
한다.
대신 "이번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데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습니까?"
"지금 우리 마을에선
전통회복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읽어볼 만한 책 좀 구해 주십시오"라고 요청 해오면 어떨까.
사서들은 그런 요구에 대비해서 이미
좋은 자료들을 사전에 마련해 두고, 혹시 없는 것은 주변의 다른 도서관에 있는지 알아보고 빌어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그런 도서관을 꿈꿔
본다.
외국 책들을 보면 저자들이 책을 쓰는데 사서들이 도와줘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써놓은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리 사서들도 그런 찬사를 받고 싶어하지만 우리 현실이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지금도 도서관 사서들은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와 이용자들의 단순한 이용 행태로 자신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손해가 아닐까.
지식정보시대 정보활용 능력을 키우려는 현명한 이용자들이 도서관과 사서를 당당하게 파트너로
삼아주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용훈 <도서관협회 기획부장.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