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 ||
생명 기원과 진화 그 ‘공생의 드라마’ ~박문호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
![]() 세포군체에서는 손상된 세포가 다른 세포와 유성생식을 시도하면 세포군체 전체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며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유성생식을 위한 신호는 바로 세포손상을 자백하는 신호다. 더 이상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몸을 이 루는 체세포에서 성을 위한 산화환원 신호를 죽음의 신호로 바꾸는 데 강한 선택압이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대의를 위해 손상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아포토시스를 일으켜 공동목표를 유지하고 개체의 진화를 향한 길을 닦았다. (322쪽)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기원에서 다세포 동식물의 출현까지 면밀히 밝혀낸다. 초기 지구 자외선 방어시스템에서 진화된 효소들이 물분해형 광합성으로 연결되며, 대기 중에 산소의 축적으로 생명의 진화가 가속된다. 산소의 출현과 공생이라는 두 현상으 로 생명의 드라마를 전개한다. 유성생식과 세포자살, 그리고 다세포 동물의 출현을 ‘미토콘드리아’라는 박테리아와 숙주세포의 공생관계로 설명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서식공간과 영양물질을 얻는 대신 자신의 유전자 대부분을 숙주세포핵으로 전달하고 숙주세포와 운명의 공동체가 된다. 숙주세포의 핵 유전자가 손상되면 더 이상 증식할 수 없어 감옥에 갇히게 된 미토콘드리아의 몸부림으로 유성생식이 출현했으며, 결국 다세포 군체에서 다세포 동식물로 진화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저자의 다른 책 <산소>와 함께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묻는 독자라면 꼭 만나야 할 명저이다. | ||
박문호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