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책 읽는 경향'을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년째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간지 1면에 날마다 서평 형태의 칼럼을 싣는다는 것은 신문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기획일 뿐더러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책읽는사회'가 '책 읽는 경향'을 맡아 책 소갯글을 주선하기로 하였습니다.![]() | ||
무더위 식혀주는 이야기의 힘 ~이소연 |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
![]() 빨간 구두, 빨간 드레스, 빨간 장갑, 그리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하얀 가리개, 빨간색만 아니라면 수녀와 같은 복장으로 극단적 통제하에 살아가는 ‘시녀’들의 이야기. 이 디스토피아 소설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오웰의 <1984>와는 또 다른 시각에서 인류가 자초할 수 있는 재앙의 한 시나리오를 담담하게 그려 보여준다. 너무 담담해서 처연하다. ‘시녀’들은 그 주인의 이름으로 불린다. 오브글렌은 글렌의 것이고, 오브프레드는 프레드의 것이다. 그들의 주인인 ‘사령관’과 ‘아내’ 사이의 줄타기뿐 아니라 극단적 근본주의 기독교 정파의 독재체제가 지배하는 길리어드에서의 생존까지, 이들의 삶은 매 순간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추리소설도 공포소설도 아니지만, 천천히 따라 읽다 보면 무더운 하루를 서늘하게 식혀주는 이야기의 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
이소연 | 덕성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